잃어버릴 뿐, 잊을 수는 없는

잃어버릴 뿐, 잊을 수는 없는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김숙자

 

 

좋아하는 물건은

언젠가는 잃어버린 물건이 된다.

 

알프스 그림이 담긴 손수건.

스무 살 겨울에 받은

초록색 장갑과 머플러.

 

몸에 지니고 다닐수록

쉽게 없어진다.

 

초등학교 일학년 때

큰 언니 같았던 담임 선생님의

고등학교 졸업식에 갔었다.

그 때 찍은 사진을

수첩에 넣고 다니다 잃어버렸다.

 

몸보다 큰 꽃다발 뒤에서

얼굴을 내밀고 있던 나.

꽃처럼 웃고 있던 선생님.

그 모습을 더 볼 수 없어 지금도 아쉽다.

 

그러나

잃어버렸다고

기억에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.

나 혼자만 열어볼 수 있는 서랍 속에

차곡차곡 들어가 쌓인다.

 

보이지 않기 때문에

더욱 선명한 보석이 된다.

잃어버릴 뿐, 잊을 수는 없는.

by winterbell | 2009/10/20 09:53 | 詩集 물 그림자 | 트랙백 | 덧글(0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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